코로나로 인한 움직임 제한 때문에 긴 잠행에 들어갔다.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모처럼만의 만남 약속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한다. 밖을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, 카메라를 들고 나가나 망설이다. 24-70mm 줌렌즈와 15mm광각렌즈 그리고 스피드 라이트를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선다.
눈발이 더 강해진다. 아직 40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 버스에서 내려 길상사로 향했다. 갑자기 쏟아지는 눈으로 마을버스가 길상사 까지는 놀라가지 못해, 중간에 내려 걸어 갈 수 밖에 없었다.
길상사에 도착하니 눈이 펑펑 쏟아진다. 길상사에 쌓인 눈을 사진으로 담기는 쉽지않다. 겨울 한철 밖에 없는데, 내린다 하더라도 금방 녹기 때문에 아름다운 설경 사진을 찍을 기회가 흔히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. 더군다나 눈 내리는 모습은 더욱 보기 힘들다.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길상사에 자주 온다. 법정스님도 ‘마음이 편해지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된다’고 하셨다. 눈 내리는 날 카메라를 들고 법정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편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왔다.